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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횟수를 늘려도 더 행복해지진 않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8-14 조회 1266
내용 근래 전통적 결혼제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 처음 징조는 서구 선진국으로부터 시작하여 대략 1인당 GNP 2~3만 달러대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혼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서구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이혼의 증가는 전통적 결혼이나 가족제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결혼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의 첫 번째가 주로 ‘자식을 위해서’였다면, 지금처럼 출산기피현상이 뚜렷해진 시대에 힘든 결혼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크게 약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혼과 더불어 비혼(非婚)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독신자이 비율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독신가구의 증가를 통해서도 확인되는데,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사이에 1인 가구가 8배나 늘었다고 한다. 인구 1천 명당 조혼인율은 2016년에 5.5건으로, 공식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서류상 동반 가족이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나가 사는 별거의 경우까지 더한다면 독신 성인의 숫자는 거의 3사람 중 1명꼴로 늘어날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생각할 때, 이 가운데 미혼 연령층의 독신자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독신 가구의 비율은 OECD 내의 대다수 국가에서 높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사이의 각국 통계들을 참조하면, 프랑스(33.8%)와 일본(34.5%)에서 이미 30%대를 넘은 것을 비롯해 캐나다 미국 영국 등도 30%에 근접하거나 도달하고 있다.

독신자의 증가는 사회에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테지만, 우리는 여기서 성생활 측면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이혼 비혼 등으로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성생활의 유형은 아무래도 배우자가 있는 경우와는 다를 것이다. 좀 더 자유로운 성생활이 가능할 수도 있고, 반대로 최소한의 성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운 악조건에 놓일 수도 있다.
영국의 한 대학연구소에서 지난해 발표한 40대 이후 중년 성인의 성생활 패턴조사(응답자 989명)를 사례로 살펴보면, 중년 이후 영국인들의 성생활은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다. 첫째는 한 달에 한 번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로 34%가 분포한다. 한 달에 한 번 이하(19.9%) 까지 더하면 성생활이 소홀한 사람의 비율은 절반을 넘는다. 두 번째 그룹은 주 1-3회의 빈도를 유지하는 사람들(29%)이다. 아마도 이 그룹은 정상적인 결혼상태, 또는 정해진 파트너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의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독신 인구의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인 동시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섹스를 생존양식의 필수조건으로 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조사들, 미국 킨제이연구소 등의 서베이 결과를 보더라도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스무살 전후의 독신남성 중 약 2%, 같은 연령대의 미혼여성 중 약 5%만이 주 4회 이상의 활발한 성관계를 즐길 뿐 그 외의 남녀에게서는 섹스가 그리 일상적이지 않다. 25~49세, 가장 관계가 활발할 것으로 생각되는 기혼성인 연령대에서도 주 1회 미만의 관계를 갖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많다(월 1~3회). 그러나 그 숫자도 절반을 넘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70세 이상 노인 중에도 남성의 13%가 한 달에 한번 이상(혹은 매주) 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들 중 63%가 연인을 가진 경우고 배우자를 가진 남성은 15%에 그쳤다. 여성의 경우도 70세 이상에서 연인이 있는 경우 주 4회 이상을 즐기는 비율이 1/4이나 된다. 소수의 자유남녀들은 70세를 넘어서도 활발한 성관계를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관계를 자주 갖는 것이 행복감을 더 높여줄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아보기 위하여 카네기멜론 대학 연구팀이 30대에서 60대까지 64쌍의 부부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 횟수를 예전보다 2배로 늘리도록 한 뒤 얼마의 기간이 지나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그러나 섹스를 더 자주한다고 해서 행복감이 더 높아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더 자주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한 섹스는 성적 흥분을 떨어뜨려 행복감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제성의학학회가 내놓은 결론은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성생활이 패턴이 다 다르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섹스는 횟수나 빈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친밀감, 소통, 유대감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조언한다.

인간이 사는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철학자들은 말한다. 성생활은 그 행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횟수를 늘리는 것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필수가 아닐 지도 모른다. 어떤 섹스는 만족스러우며 행복감을 높여주고, 어떤 섹스는 허탈하며 단지 욕망의 배설로 작용하는가. 행복한 성생활의 필수 조건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 그리고 배려의 감정이 동반하는 수단으로서 영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NM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